'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더 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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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에서는 가보르 마테 박사의 "정상의 신화(the Myth of Normal)"와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When the Body Says No)"의 내용을 바탕으로 트라우마 스트레스와 분노의 감정에 대해 좀 더 깊이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테 박사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상식들이 사실 “정상(normal)”적인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현대 사회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독성 문화(toxic culture)'제공하며, 거의 대부분은 사람들은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치유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거나 재해석하는데 있지 않고, 상처를 알아차리고 몸‑마음‑인간관계의 연결성을 회복하여 삶의 전체성을 회복하는데에서 출발합니다. 만성적이고도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여러 연구들이 특정 성격 경향과 암의 연관성을 발견했습니다. 예컨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정서적 유대와 공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감정 (특히 분노)을 억누르는 성향이 강한 사람, 돌봐주고 지지해주는 인간관계가 약한 경우, 그리고 남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이타적이고 강박적으로 헌신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 -- 이러한 조건들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극단적인 분노 억압”이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 공통 특성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1970년대 영국의 한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가장 흔한 성격 특징이 분노의 극단적 억제였으며, 미국 NCI의 산드라 레비 박사 연구팀 역시 “분노 억압적이고 수동적이며 체념적인 대처 스타일”이 면역기능 저하와 암 진행의 생물학적 위험 요인으로 관찰된다고 보았습니다. 마테 박사는 “분노 억압이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그로 인해 신체가 과도한 생리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경계가 침해되거나 부당한 상황에서도 화를 인지하거나 표출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요인이 반복적으로 몸에 타격을 주어 결과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는 항상 부족하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떠밀려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감정을 억누르는 삶의 방식은 호르몬 변화와 면역 약화를 통해 암이 유발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인정이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 한편으로는 인정중독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흔히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착하고도 친절한 사람이지만, 속으로는 내면 깊숙이 만성적인 분노 억압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일부 호르몬은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고, 다른 호르몬들은 면역체계를 교란시켜 암세포 제거 능력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는 뇌의 감정 중추와 연결되어 있어, 만성 정서 스트레스가 호르몬 변화를 통해 암 발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를 인용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며, 사회적 지지를 받는 유방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NK 세포(자연 살해 세포) 활성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이는 정서적 태도와 사회적 연결이 암의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테 박사는 미국에서 10년 이상 진행된 종단 연구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암 발병이나 사망의 최고 위험 인자는 흡연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아니라 “이성적이며 반감정적인 성향(Rationality/Anti-emotionality, R/A)”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R/A 성향은 한마디로 감정을 억누르는 성향으로, 특히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는 얌전하고 착한 성격을 말합니다. 해당 연구에서 분노 억압 성향이 가장 높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암 발병률이 무려 40배나 높았고, 흡연자의 경우에도 분노 억압 점수가 높을 때만 폐암이 발생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흡연자이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들 중에는 폐암 환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로부터 연구진은 “담배의 폐 손상 효과가 발현되려면 거기에 감정 억압이라는 ‘기름’이 부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들이 담배 산업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감정의 억눌림이 담배의 해로움까지도 증폭시킨다”는 사실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사람들에게 더 이상 친절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분노를 마구 표출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내가 옳다"는 주장보다 "친절하기"를 실천하는 것은 암 유발의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분노'가 유발되었을 때 그것을 표출하지 않고 무조건 억누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의 연구 결과들도 일관되게 감정억압은 나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보다 더 건강에 좋은 것은 아예 처음부터 분노의 감정이 유발되지 않는 것입니다. 억누를 분노가 처음부터 없는 상태가 가장 최선의 상태인 것입니다. 오늘 강의는 그러한 최선의 상태로 가기위한 방법과, 중간 단계로서 차선의 상태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림] 다음 라이브 강연은 8월 3일 일요일 저녁 8시입니다. --- #내면소통 #명상 #마음근력 #명상수업 #가보르마테 #themythofnormal #트라우마